2009년의 IT뉴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는 누가 뭐라해도 "아이폰"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이제 없다.

  전체 소셜 네트워크 트래픽의 대부분을 '아이폰'이라는 키워드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느낀 감동(?)이라는 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상한대로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만나게 된 걸 감사하고 있다. (4살 먹은 딸아이도 UI에 대해서 인식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멀티터치로 사파리 브라우저를 움직일 줄도 안다.)

  지난 글에서 "앱스토어의 12가지 방향"이라는 글을 통해서, 아이폰의 등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 물론, 아이폰용 SeoulBus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며칠만에 1천만원 이상 벌어들인 유주완군의 뉴스를 보셨겠지만, 그렇다고 아직까지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커다란 흐름이 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개발자들은 IT 생태계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랫층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고액 비정규직(프리랜서)와 염가 할인세일 중이지만 안정적인 정규직들이 열심히 땀나게 일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아이폰 앱스토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살펴보며 새로운 돌파구가 없을지 곁눈질을 잠시 해보기로 한다.


아이폰 앱스토어는 개인 쇼핑몰 창업과 뭐가 다를까?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일정 금액의 개발자 등록을 하게 된 이후에 SDK를 내려받아 SW를 개발하고, 그것을 검수받아 등록한 뒤 판매금액을 애플과 배분하는 형태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임대형 쇼핑몰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ASP 사업자에게 일정 금액의 임대금액을 내고 쇼핑몰 사이트를 연 다음 그 수익금을 배분하거나, 아니면, 카드 수수료 등의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소득이 된다. 앱스토어와 쇼핑몰의 실제 차이라고 해봐야, 앱스토어는 어플이케이션을 파는 것이고, 쇼핑몰은 물건을 파는 차이라고 봐야한다.

 공통되는 점은 어떤 아이디어를 상품화 할 것인가와 초기 시장에 진입할 때에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특정 앱(App)을 밀어주기 위한 행태들도 등장하겠지만, 쇼핑몰이라고 해도 다르지는 않다.

  좀 더 깊이있게 살펴보면, 2009년 현재 전체 인터넷 쇼핑몰의 수는 대략 7만 1천개 가량이며 이는 2007년도 대비 28% 이상의 커다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심플렉스 기사 인용)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10대 사장님들의 약진과 30~50대 사이의 의 노무(No More Uncle)족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진 현상일 것이다. 이는 아이폰의 앱스토어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10대들은 쇼핑몰 창업을 위한 플랫폼만 제공되면 능숙하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 할 수 있는 IT역량을 가지고 있고, 노무족으로 불리는 30~50대 창업자들은 소녀시대에 열광하고, 자신의 취미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직장인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충분히 읽을 줄 아는 노련함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투잡은 기본인 시대가 되지 않았던가?)

  동일하게 앱스토어 시장에서도 유주완 군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10대들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 하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련되진 않아도 풍부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제품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30~50대의 직장인 개발자 중에서도 투잡을 위해서라도, 아이폰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주변의 지인들을 보더라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은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쇼핑몰의 창업 성공률이 바로 "2%"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7만 1천개의 쇼핑몰 중 그나마 돈을 벌고 있는 쇼핑몰은 약 1천 5백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다행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쇼핑몰은 판매가능한 물품이 제한적인 반면, 앱스토어에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상품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일본식 만화 제작 시스템에서 얻는 교훈

  우리나라와 일본의 만화 제작 시스템은 매우 다르다.  가장 주목할만한 차이점은 바로 스토리 작가와 작화를 담당작가가 서로 다르며, 심지어는 특정 만화의 자료 수집과 지원을 위한 스텝이 20~50명까지 운영된다는데 있다. (요리와 운동 등과 같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SF 작화가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만화가들은 친분이 있는 스토리 작가와 같이 작업을 하지만, 이 또한 작가료를 지급할 때 하나로 묶어 지급하고 알아서 나눠가지도록 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스토리 작가는 30~40%, 작화가는 60~70%를 나누어 지급한다. 이러한 덕분인지 만화업계에서 일본식 시스템을 따라갈 나라는 없으며,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가들도 일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과 실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사람은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능력있는 개발자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최고이겠지만, 실제로, 코더와 개발자는 다르듯이 그런 천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마도 이제는 이런 수순을 밟아 성공적인 어플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외국에서 성공한 영문화된 어플들을 한국어 버전으로 약간의 기능을 더해 출시하거나 한국형 모델로 개발
  2. 인터넷 상에서 성공항 서비스들에 붙여 클라이언트 기능을 수행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대거 등장
     ( Facebook과 같은 SNS 기반의 서비스들과 연동되는 어플리케이션 등, 싸이월드도 출시할까?)
  3. 개인화되거나 사무환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오피스 웹
  4. 아주 단순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어플리케이션 (20db 이상의 소리만 녹음하여 잠꼬대를 녹음하는 앱 등)

 즉, 마지막엔 결국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밖엔 없는게 이 시장의 교훈이고,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능력있는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선 성공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포함해서다. ^^)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앱스토어에서 성공할까?

  물론, 국내의 모바일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성공도 실패도 같이 경험할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 세계대회에서 국내 업체의 "시리얼"이라는 검색 도구가 1등을 한 것을 보아도, 국내 개발업체의 역량은 크게 부족하진 않다고 본다. (단, 국내의 참고할만한 사례나 경험 부족이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은 인정하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사업기획이나 마케팅에서도 개인보다는 분명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 업체들이 기존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데 있다. 즉, 독자적인 앱을 시장에 내놓아 성공했을 때, 모바일 컨텐츠 수익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이통사들이 그들을 가만히 놔둘 것이냐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지 이통사와 개발사간의 독점적 지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개발자 시장구조의 문제와도 너무나 똑같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앱스토어 시장이 아이폰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제도의 개편을 거론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벌써 고쳤을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구글의 "넥서스 원" 안드로이드 폰의 독자공급 정책 뉴스와 삼성의 "BADA" 플랫폼의 출시 소식이다. (물론, 삼성의 모바일 플랫폼인 BADA를 'VaporWare'라고 축구공처럼 뻥뻥 차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엔 BADA를 이용한 개발 경진대회가 엄청난 상금을 걸고 열린다고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독립된 컨텐츠 수익모델을 가져왔다면, 구글이 독자적으로 "넥서스원"을 기기만 판매하고 통신사는 개인이 알아서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는 정책을 편다면, 이제 기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완전히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삼성의 오픈 개발 플랫폼이 국내에 도입된다면 국내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도 크게 개편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선 환상에 가까운 기대일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WEB 2.0을 통해 우리가 정보 접근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플랫폼과 시장의 개방을 통해 새로운 개발 시장의 모델에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앱스토어를 자사의 플랫폼에 독점적으로 적용가능하다는 환상을 가진 업체들이 있지만, 결국 웹은 개방과 참여, 공유를 통해 나아가고, 닫힌 시장은 열리게 되어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은 멋진 개발자를 만나고, 그 둘은 멋진 기획자를 만나서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IT를 하는 모든 분들이 제 몸값 제대로 받는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Posted by 나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