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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7 인문계/이공계,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2
  2. 2009.12.17 무장애 30년 인생~!
나에게 주는 선물2011. 5. 27. 08:39


  1990년대, 대학가에는 이공계 열풍이란게 있었다. 


  국내외적으로 건축/제조와 관련한 업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가능한 인력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이공계 관련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어 있었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대학이

이공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이겠다는 이야기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런 연유에서 나 또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연스레 이공계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전공에 아무런 흥미를 가지지

못한데 있었다. 내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은 아무리해도 재미가

없었고, 어느새 공부하려고 사 놓은 컴퓨터는 게임용 기기가 되어있던 터였다.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전공을 따라 군전산실에서 근무하면서 "IT업종이란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군대에서 밥먹듯이 야근을 해야하고,

납기를 지켜 데이터를 말아서(마이그레이션을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모르겠다.) 넘기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배운 일이 프로그래밍인데... 2001년도에 IT회사에 입사하니

역시 프로그래밍이란 것은 내 적성과는 정말정말정말 맞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죽도록 하기 싫었지만, 시간은 잘 갔다.


 재미난 것은 내가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남들보다는 왠만큼 잘했다는 것이다.

 혼자서 시스템 구축부터 개발/운영까지 모든 걸 혼자서 맡아했던 적도 많았고, 실적도

남들의 서너배는 해내는 것이 나조차 신기했다. 더구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건 의자에

앉아서 잠깐 고민하다보면 하루가 휙하니 흘러가는 신기한 마술을 자주 부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프로그래밍 역량 자체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소스 코드를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신기한 건...

 

 "네 소스코드 보면 정말 답답한데, 그런 기능들을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대단하다."라는

주변의 칭찬이었다. 프로그램은 죽도록 하기 싫었지만,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는 남들과

차별화 된 뭔가를 만들고픈 욕심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신입사원을 받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참으로 특이한 신입사원 채용 방식이 있었다. IT비전공자를 IT회사에서

뽑아서, IT부문으로 투입하는 특이한 채용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프로그램의 기본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아주 난감한(?) 처지에 있어야 했다.


 왜 IT를 전공하지도 않고, IT회사에 취업을 하는지 신입사원들에게 물으니...


"컴퓨터쪽을 하고 싶었지만, 이공계는 공부도 힘들고 취업할 때 선택의 폭이 좁아요."

라는 나로서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공계는 "공돌이" 이미지가 강하고, 다른 책 읽을 시간도 없이

전공만 파야하니 사람이 '단순'해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래, 나 무지 단순하다. -_-;)


 "전공 불문"으로 신입채용을 하니 "불문과 출신"만 지원하더라는 우스개소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조차 이공계를 뽑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라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공계만 뽑아주면 좋으련만... ㅠㅠ)

 

 

 그런데, 나중에 보니 중요한 건 전공이 아니었다.


  2~3년이 지나고 보니, 이공계와 인문계를 졸업한 신입사원들의 실력에 커다란

차이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건 뭐랄까? 조금은 충격적이었지만, 프로그래밍

자체는 도구에 불과하고, 전체의 구조와 기능성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란 것이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로서는 당연히 이공계 전공자가 더 개발역량이 뛰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몇 년 안에 실력차가 거의 없어지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

것. 비전공자인 인문계 졸업자가 그 사이에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기술적인

문턱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반대로 이공계 졸업자도

반대 급부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나는 다양한 사업부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강연을 하고, 기술지도를

위한 다양한 포럼에서 발표를 하기도 한다. 이공계라서 '말을 못하고, 책도 안 읽고,

고리타분한 기술자'의 이미지로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정작, 중요한 건 내 안에 무슨 '꿈'을 꾸고 있느냐다.


  인문계이건, 이공계이건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사회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란게

있다고들 하지만, 회사에 입사하고 다니다보면 어느 학교의 어느 학과를 졸업한게

중요하기보다 어떤 꿈과 열정을 가지고 달려가느냐가 더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프로그래밍엔 젬병이었으면서도,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도

이공계 졸업자여서가 아니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서였고, 이공계지만

남들 앞에서 멋진 강연을 할 수 있는 것은 끈기있게 많은 책들을 읽고, 여러 시간에

걸쳐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권은

책을 읽는다.)


 인문계든 이공계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꿈을 꾸는게 중요하다.



 



Posted by 나모군

 무장애 인생 30년...
  
 유럽의 큰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CEO가 한국의 모 금융업체를 방문했다가, 최신의 IT시스템에 대한 소개발표를 듣던 도중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여기의 시스템 장애율은 얼마나 됩니까?"

  그러자, 발표를 맡았던 아웃소싱 업체의 팀장은 자랑스럽게...

 "저희는 100% 무장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도이체방크의 CEO는 "당신은 거짓말쟁이요." 라며 자리를 떴다.

  100% 무장애인 시스템은 없다. 그렇게 만들 수도 없다. 결국, 우린 Best Effort...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허황된 약속은 고객에게 하지 마라.


Posted by 나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