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가져온 열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역시나 삼성이 따라붙었다.
 
 세계 최고의 Fast Follower답게 안드로이드 버전의 갤럭시S와 갤럭시 탭으로
전세계에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자랑했다. 갤럭시S의 멀티미디어 구동능력은
예상보다 뛰어났고, 갤럭시탭의 7인치에서의 휴대성능은 안드로이드의 한계점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정도다.
(어느 개발자는 삼성에서 프로요의 바뀐 API를 제대로 사용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
갤럭시S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의 서비스 토착화에는 실패했지만, 나름 선전하고 있고,
갤럭시탭 또한 미국시장에서 아이패드와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이슈는 만들어냈다.

  애플이 아무리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의 시가 총액에 미칠만한
규모는 아니다. 애플은 제조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애플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의 코 밑까지
추격해왔다. 애플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컨텐츠 시장을 석권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은 통신사와의
악연을 끊지 못한 채, 한 쪽 바퀴만 달고 있는 마차처럼 덜그덕 거리며 쫓아가는 셈이다.
하여간, 삼성과 애플의 재미난 역사를 비교해 보는 것은 과거나, 미래까지 계속 재미있을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삼성과 애플의 싸움 따위의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정작 이 싸움은 이기고 지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계는 단지 기계일 뿐 아무것도 아닌
 깡통이라는 점이다. (삼성이 이기든, 애플이 이기든 이 싸움엔 승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의미다.)

  최근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통해, 페이스북이
어떻게 5억명의 사용자를 둔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는지가 주목받고 있다.


(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다보니 마크 주커버그를 그렇게 닮진 못했군요. ㅠㅠ.
그러나, 스마트하신 여러분들이시니... 제가 이 그림을 왜 그렸나 아시겠죠? )


  아이패드가 이기든, 갤럭시 탭이 이기든 중요한 건, 사용자들은 더욱 더 웹과 가까워지고,
더 많이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TV나 PC를 대체하고, 컨텐츠의
소비자들이 더 많은 교류를 통해 몇 제곱의 트래픽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시스코사가 수년 내에 인터넷 트래픽의 70~80%를 멀티미디어가 장악할 거란 얘기는
이미 거의 현실화 되었다.)

  페이스북의 성공신화 뒤에는 "잘 짜여진 효과적인 시스템 구조와 아키텍쳐"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기 페이스북은 PHP로 만들어진, 엉망진창의 구조여서 상태가 좋은
학교들간을 연결하는 아이러브 스쿨의 알파버전 수준도 안되었다.) 페이스북의 성공
뒤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키워주고, 그 투자가 실력있는 엔지니어들과 경영자들을
불러모으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 준 것이다. (Hiphop for PHP와 GitHub의 궁합으로,
PHP를 인터프리터 언어에서 컴파일러 언어로 변화시켜준다.)

  즉, 아이디어가 뛰어나면, 누군가 투자해주고, 만들어주고, 고쳐준다. 그리고,
그 기업을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코딱지만한 기업이라도, 위협이 될라치면
바로 시장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놀며, 모래장난을 하는 것처럼, 뛰어난 아이디어와 컨텐츠가
시장에 넘쳐나고, 그것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도록 해주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언론과 IT업계에서는 '삼성'이 '애플'을 이기느냐에만 주목한다.

  갤럭시S가 세계 시장을 정복했다고 하자, 아니, 갤럭시탭도 아이패드를 이겼다고 해보자.

  그래봐야, 우리 사용자들은 "Angry Birds"를 깔고(안해보신 분들은 꼭 해보세요. ^^),
Sleep Cycle로 잠에서 깨며, 애플TV가 구글TV가 언제 한국 시장에 들어올지 기대할 것이다.
(삼성과 LG가 스마트 TV 앱 시장에 진출해서, 잘 버텨주길 바란다. IPTV 랑 뭐가 다를진 잘 모르겠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나라를 치러가니 길을 내어달라"는 명분으로 우리땅을
침략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쥐뿔도 없었겠지만...) "사용자에게 앱과 컨텐츠를 팔러가니,
길을 내어달라"고 하는 적들에게, 깡통같은 기계를 팔아 길을 내어주고 넓혀주니, 이것은 죽 쒀서
개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그런데, 그 개조차 우리나라 개가 아니니... 안드로이드는
누가 들어도 외국 개다.)


 



 


Posted by 나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