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봉사인의 시절이 다가왔습니다.
IT하시는 분들 무슨 얘기를 연봉사인할 때 하고 싶으세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노임규정

매년 하반기에는 소프트웨어 산업협회에서 SW기술자들에 대한 노임단가 기준을 공표합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서 규정한 이 노임 산출방식은 SW산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과 폐해로부터 SW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만들어졌습니다.
일종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제도와 유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최저임금제도는 지키지 않으면 엄중한 제재조치를 받게 되지만,
실제 SW 개발현장에서는 이 노임단가 규정이 정상적으로 적용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SW노임단가 기준에 대한 불공정한 적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노임단가
책정기준 자체에 대한 낮은 신뢰도에서 기인하는 바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력년수를 기준으로만 산정하는 주먹구구식의 산정방식 때문입니다. HTML과 CSS만을
10년동안 개발한 사람이나 JAVA, Perl, Python 등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엔터프라이즈
환경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람이나 똑같은 고급인력으로 동일 임금을 받아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런 제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것은 비민주적인 근로환경에서 그나마 살 길을 찾아보고자 궁여지책으로 만든
수당제도와 휴가제도가 지금에 와서야 노사 양측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SW 노임단가 기준과 개발자 경력신고제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높은 등급의 인력은 외면받는 IT시장

SW노임단가 기준으로 기술사는 1일 기준 35만원을 받아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제경비나 기술료는 제외한 금액이므로 1개월에 20일을 근무한다고 할 때,
700만월을 수령하고, 평균 연봉은 8400만원 이상이 되는 것이 적정한 연봉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월 근무일수를 25일 기준으로 잡으면 더 많아야겠죠.)

그러나, 실제 IT환경에서조차 기술사는 그런 급여를 받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비용의 기술사를 써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사 한 명을 고용할 비용이면 값싼 인력 2~3명을 고용하면 밤을 새든, 날을 새든,
품질이야 어찌 되었든 개발 일정은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IT시장에는
초급개발자들은 넘쳐나지만 실력이 왠만큼 쌓이면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프리랜서로
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악순환처럼 프리랜서들도 경력이 쌓이면
중급/고급개발자가 되고, 그러면 비싼 임금수준때문에 업체들도 고용을 꺼리게 됩니다.
즉, 박사나 석사가 전문대 인력을 뽑는 인력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대기업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SW대가기준이나 노임단가 기준이 제대로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IT대기업부터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로, 이력서 중심의 실제 역량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전 직장에서의 추천서나 본인이
수행했던 프로젝트 이력을 중심으로 면담을 통해 임금수준이 정해집니다.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실력에 의해 인재를 추천하고 등용했던 옛날 얘기와 비슷하지요.
경력년수만 가지고 등급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서 급여를 달라고 하는 5%의 발목잡는
게으름뱅이 개발자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SW노임단가 기준은 철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로, SW대가기준부터 변화해야 노임단가의 변화가 가능하다느
것입니다. 아직도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 계약은 몇 명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되다보니 주먹구구식의 비용산정으로 임금도 노임단가 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폐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행을 위해서는 대기업부터 변화의 첫 발을
떼야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술사와 고급인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IT대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기술사나 특고급 인력에 대한 급여수준을 보면
"기술사라고 더 줄 수 있나? 과장이라면서 부장들보다 더 받기를 바라는건 아니겠지?"라는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고객사로부터 돈을 받을 때엔 "기술사"라고 더 받고, 급여로 줄 때엔
"기술사"라고 더 달라고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즉, 역량기준의 노임단가 평가기준은
대기업 내부에서조차 정상적이지도 비정상적이지도 않게 적용되는 셈입니다.

물론, 올바른 IT시장 정착을 위해서 더 중요한 근본적인 대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리가 헐 값에 자신을 저울질하면, 이런 악순환은 더욱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사가 기술사다운 대접을 받고, SW기술자가 3D직종이 아닌 IT선구자의
위치에 서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먼저이고, 자기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땀흘려야 하겠습니다.






Posted by 나모군